





다섯 살 반의 어린 시절. 이진사는 마루에 앉아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구름은 왜 흘러가고 있을까? 바람은 땅에서만 부는 것인 줄 알았다. 구름은 하늘에 있는데 그 곳에는 바람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엄마. 구름이 왜 흘러가?"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바람에 날려 가는 거야." "그럼 저 높은 곳에도 바람이 불어?" "그럼." "바람은 왜 불어?" "부니까 불지." "왜 부는 거야?" "그냥 부는 거야." "??????" 그럴 리가 없었다. 바람이 그냥 불다니, 틀림없이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바람이 불리가 없었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날리고, 갈대가 옆으로 누우며, 물결이 일었다. "이것을 내가 해 볼 수는 없을까? 그래, 숨으로 한번 해 보는 거야." 어린 이진사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크게 한 번 내쉬었다. 다시 한번 들이쉬고는 내쉬었다. 자꾸 해 보자 숨의 양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나중에는 구름을 날릴 수 있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계속 해보자. 이진사는 하늘을 보고 계속 들숨과 날숨을 계속하였다. 호흡이 점점 깊어져갔다. 호흡에 바다가, 하늘이, 땅이 숨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이진사의 호흡에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이진사가 날숨을 쉬면 앞으로 눕고 이진사가 들숨을 쉬면 뒤로 누우려 하고 있었다. 구름이 조금씩 이진사의 호흡에 의해 이리 저리 밀리기도 하고 당겨지기도 하며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진사는 점점 호흡을 깊히 하였다. 모든 것이 호흡으로 조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러한 호흡을 하면서 이진사는 호흡만이 모든 것을 통할 수 있음을 알았다. 모든 것이 통하면 모든 것이 함께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호흡을 하면 모두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아직은 힘이 모자라는 것 같았다. 이 정도의 호흡력으로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어른이 되면 가능할 것인가? 어쩌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아직은 안 되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호흡이 하늘과 땅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이진사는 다시 구름이 흐르고 있는 이유에 대하여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분명히 구름이 흐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구름이 흐른단 말인가? 왜일까? 왜 구름이 흐르는 것일까? 호흡은 나의 호흡만 있는 것일까? 하늘은 숨을 쉬지 않는 것일까? 이 땅은 숨을 쉬지 않는 것일까? 사람이 숨을 쉬고 하늘과 땅이 숨을 쉰다면 그 이상의 우주도 숨을 쉴 것이 아닌가? 숨을 쉰다면 모든 것이 숨을 쉴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모든 것이 숨을 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아는 모든 것이 숨을 쉬고 있지 않는가? 하다 못해 길가에 나 있는 풀까지도 숨을 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꺾어버리면 죽어버리지 않던가?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으로 숨을 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느 기운 중 하나가 없으면 숨은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동물들은 공기를 통하여 천기와 지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정도까지의 숨을 쉴 수 있으며 이 숨으로 어느 정도까지 뜻이 통할 수 있단 말인가? 뜻이 통하면 구름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구름을 움직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무엇인가? 구름이 움직이는 것은 단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이유인가가 있을 것이었다. 어떠한 것도 이유가 없는 것은 없었다. 길가에 돌멩이 하나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유란 바로 그것이 그렇게 되어야 하는 원리이자 결과이었다.
하물며 하늘에 있는 구름이 이유 없이 움직일 리 없음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구름이 움직이는 이유를 밝혀보고 말리라. 구름이 움직이는 것은 필경 우주의 어떠한 부분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아직 어떠한 부분인가는 모르겠지만 어떠한 이유이든 있을 것이다. 그 연유가 어떠한 것이든 밝혀내고 싶었다. 반드시 답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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