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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숨의 詩] 삶의 비밀2024-10-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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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살게 된지 참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다시 고향땅을 바라보는 요즘은

더욱 삶의 오묘한 신비를 느낍니다.

삶의 과제를 팽개치고 고향을 등지고 떠난 이방인은

결국 과제를 풀기 위해 다시, 질문이 주어진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나의 과제'는 내가 그것을 똑바로 직시했을 때에만

비로소 나를 놓아준다는 것도요.


한국을 떠날 때 제게 한국의 모든 건 절망이었습니다.

하지만 낯선 땅에 와보니 좌절과 절망은

형태만 바꾸어 계속 이어지더군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림' 속에서 지냈습니다.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시간을요.


얼마 전 24년전 썼던 시 하나를 다시 보았습니다.

그때 쓴 시를 보며 시간이란 것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봅니다.

 

어떤 것도 '끝'이 아니며

우리는 매순간 '시작점'에 있다는 것을요.


우리의 매일이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삶의 비밀

                                                     김세현 


아름다움이란 

삶이 지닌

추락한 나침반 같은 암울함 속에서도

한줄기 빛이 함께하고 있음을

아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한 가지 빛깔만으로 빛날 수 없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은

무너진 어제를

부서진 오늘을 끌어안을 시간

고요한 걸음과 침묵의 언어가

필요한 시간

기다리는 시간


문 밖의 새소리에 깨어

때가 왔을 때.....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햇살에 취해있는

목장의 소처럼

어깨에 힘이 빠지며 순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네 삶 속에 고요하게 흐르는

아름다움의 강물에 대하여


비로소 당신은

말할 수 있다


삶의 비밀을



2000년. 5월. 서울하늘 아래에서



삶의 비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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