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호흡수행을 하게 되면서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알게 된다. 운동을 처음 배우며 하나하나 깨닫는 과정과 비슷했다. 나는 허리 디스크로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았다. 물리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며 근육에 대해 공부를 했다. 등근육과 둔근을 느끼고 활용하는데, 혼자 고군분투하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근육과 뼈를 유용하게 움직이고, 기립근을 강화하는데 노력했다. 절묘하게도 거의 완치가 될 무렵에 호흡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근육을 단련하는데도 지루함을 이겨내고 재미적인 요소를 찾아야 했다. 허리통증의 고통이 감소하고 육체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보기 좋은 몸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꾸준히 3년간 지루함을 이겨내고 운동이 습관화되어 갔다. 단전호흡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처음에 5분동안 호흡해 보았다. 막막하고 지루함이 밀려 왔다. 내 성향은 지루하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그만두게 된다. 호흡수련의 재미적인 요소를 찾아야 했다. 첫 번째 목표는 습관화시키는 것이다. 운동은 혼자 했던 것과 달리 호흡수련은 안내자가 있고 혼자가 아니다. 이것이 의외로 한결 편안함을 주었다. 특히 과제제출 마감일은 좋은 압박감이 동기부여가 되었다. 수행기록은 긍정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호흡을 하면서 몸의 반응을 기록하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아주 작은 것도 적으려고 했다.
석 달이 지난 지금은 앉아서 호흡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갔다. 새벽에 해보고, 저녁과 낮에 해보았다. 시간대별로 능률을 비교하고, 식단을 짜고 무엇을 먹어야 좋은 지도 체크했다. 수련 출발선에 있는 내 몸은 먹거리가 큰 영향을 주었다. 가공식품보다 과일채소가 가장 좋았고, 소식을 하면서 공복 4시간 이후 완전히 소화가 되었을 때 수련효과가 가장 좋았다. 스트레칭을 10분 이상하고 호흡하는 예열시간이 필요했다. 예열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특히 운동을 하면서 식욕을 절제하는게 힘들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과식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호흡수련을 뒤로 미루거나 진도가 더디게 나가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로 현실적인 목표가 필요했다. 나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결과물은 모두 사이비와 사기꾼들에게 빼앗겼다. 내 포트폴리오가 없는 상태에서 작은 성과물이라도 내야 한다. 호흡수련을 통해 얻은 기록과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좀 더 대중적인 콘셉트로 재밌는 수행기가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로 여러 가지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호흡수련은 복잡했던 머릿속을 단순화시키면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올랐고, 행동으로 옮기는 힘을 주었다. 너무 많은 아이디어들이 생겨나 내 책상벽지에는 온통 메모가 가득하다. 여기저기 떠다니던 생각들이 구슬을 끼어 맞추듯이 하나로 이어졌다. 연결고리가 생겨나고 성과들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 그러나 과거 수행 실패의 불안함이 계속 올라온다.
한 날은 호흡을 하면서 '나는 왜 이러고 있지?' 다시 실패하고 되돌아와서 수련한다. 세상밖을 돌아다니면 수행과 관련된 유적지와 사람들이 인연이 되고,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이끌려 배움을 청한다. 참으로 기이하고 신비로운 체험도 하게 만든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근본적으로 나는 이 세상을 공포스러운 감정으로 바라보았다. 공포는 고통을 주고 나는 극복하고자 수행의 개념을 받아들였다. 강하게 끌렸던 것은 호흡의 세계고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실패하고 엎어져도 다시 이 세계로 이끌려온다. 운명인가 보다.
작년 처음 호흡을 시작할 때 나의 심리상태는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호흡수련 3개월간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이렇게 다채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10분 앉아 명상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제 1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눈을 감고 가만히 호흡을 하면 어색했던 조용함이 이제 친근하다. 관점이 달리하면, 상당히 시끄러운 고독이다. 매우 쓸쓸하고 외로울 것 같지만, 나는 정반대로 느껴진다. 내 몸은 여기저기 증상을 나타내고 말을 건다.
내 옆에 누군가 있고 지켜보고 있으며, 간혹 모습을 드러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나는 묵묵히 호흡을 하며 때를 기다린다. 나의 세계와 저쪽 세계는 한 끗 차이지만, 거대한 벽과 같이 느껴진다. 나는 이제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 발걸음으로 증명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빌어본다.아래는 일상호흡 수련 10개월후 소감을 적은 글입니다.https://ilsangsoom.com/review/?vid=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