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우울하고 외로웠던 유년시절,
덕분에 사회성이 부족하고 타인과의 교감 능력이 한참 떨어진 성인이 되었다. 사회와 단절된 수녀원이나 절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그게 운명같았다. 명상, 호흡 뭐 이런 얘기에 끌렸던 건 자연스러운 것이었을 것이다.
명상, 호흡을 내세우는 D단체에서 수련은 운명같았다. 그곳 수련을 하는 동안 몸이 건강해지면서 열성분자가 되었다. 열심히 쫓아다녔다. 나를 구원해줄 줄 알고... 그러다 나는 단순 영업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박차고 나왔다. 10년 세월이었다. 허전하였고, 좋았던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상기가 내려가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특이한 제목의 ‘천서 0.0001’을 접하게 되었고, 읽는 내내 등과 허리가 바로 세워지더니 단전에 열감이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것들이었으며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책에서 안내하는 S단체에 연락하여 비치된 모든 책을 읽었다. 이거다! 내가 찾던 게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심없이 그 단체에서 수련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탁기’라는 이유를 들어 금기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따랐다. 여기서는 내가 헤매이는 이유를,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창시자가 사망하고 그 누구도 수련을 안내해주지 않았다. 그저 책을 읽으며 호흡이 중요하다니 해야겠는데, 그 책으로는 호흡을 배울 수 없었고, 알려주는 이도 없었다. 그래도 기다렸다. 수련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 했다. 조급해 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다 한 선배로부터 호흡을 배울 수 있게 되어 좋아했는데, 아직 호흡을 할 몸이 아니니 와공만을 하라고 했다. 와공만을 했다 2년이 다되도록, 별 진전이 없었다. 모두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성과가 날 만큼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고, 그리고 오래 걸리는 일이라고 하니 그렇게 생각했고, 은퇴하는 날만을 기다렸다.
S단체가 내적, 외적으로 어찌 되어가든 나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내게는 S단체에서 출간한 창시자의 서적을 읽는 것과 호흡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진전없는 수련의 답답함을 그렇게 가라앉히며 지내고 있었다. 마침 한창 입시준비중인 자녀가 있어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했다. 그러다 ‘사이비’ 논란이 아닌 ‘가짜’ 논란이 불었다. 그냥 넘어갔다.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는 책과 호흡만 있으면 된다고 여전히 생각했다.
그러다, 24년 5월말에 수련동료로부터 그 책의 진짜 저자가 따로 있다는 것을 들었다. ‘선계에 가고 싶다’는 진짜 저자가 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책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머지 책들도 모두 본 저자가 따로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신이 없었다.
진실을 말하지 않은 S단체나 창시자에 대한 분노보다는, 진실을 알아보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또 다시 10년의 세월을 그렇게 보내버렸다는 허탈감이 차올랐다. 그럼에도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얼마가 될지 모를 남은 나의 삶이 있었다. 남은 인생이라도 제대로 된 길을 가야겠다는 조급함, 이번에는 제대로 알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놓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에 본 저자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24년 6월10일14시 본 저자를 뵈었다. 너무나 평범하여 그 비범함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에 대한 의구심이 단번에 해결되었다. 진짜구나! 제대로 찾아왔구나! 너무나 기뻤고 한편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곧바로 희망에 차서 호흡이란 걸 제대로 배우게 되었다. 의욕적으로 열심히 하려고 했다. 만인만도라고 하셔서 나는 나의 길을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6월중순부터 10월이 다가도록 거의 쉬는 날 없이 조석으로 호흡을 하고 있다.
호흡할 몸이 아니니 하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고 바로 앉아서 호흡을 하면 된다는 것에 반가웠다. 단전에 집중하며 고르게 숨을 쉬는 단순한 것이라 놀랐고, 그 단순한 것이 쉽지 않음에 당황하였다. 호흡하면서 일어나는 현상과 생각들을 메모하는 것도 신선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호흡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는데, 그동안에 알게 모르게 베어 있었던 잘못된 호흡에 대한 생각들, 잘못된 생각임을 알려주어도 깨우치지 못하다가 호흡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나는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하는 ‘따라하던 수련’, ‘기다리는 수련’만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는 발견하는 족족 모두 버리는 노력중이다.
수동적인 수련의 태도를 버려가며,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적극적으로 스스로 해야 하는 일상의 호흡은, 지난 20여년을 보냈던 수련단체에서 잃어버린 게 세월만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정말 중요한 ‘혼자 하는 힘’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하였다. 소실된 혼자 하는 힘의 근육을 부지런히 키우리라.
그동안 ‘깨달음과 잊음’을 반복했던 되돌이 공부들로 인해 의욕이 많이 저하되어 있었다는 점과, 현재의 자신에 적당히 만족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점, 그리고 적당히 자신을 속이고 꾸미는 것에 익숙해져 수련에서마저 솔직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을 일상의 호흡을 하며 하나하나 깨닫고 있다. 이렇게 된 요인이 ‘호흡’이 받쳐주지 않아서였음도 알게 되었다.
일상의 호흡을 만나는 행운이 없었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럴 듯한 겉모습에 인생말년에는 공허함으로 괴로워하다 공허함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아 방황만 하다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왜 수련에 끌리는 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일상의 호흡이 그 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은 분명해지고 있다. 나는 나를 찾게 될 것이고, 결국 나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일상의 호흡이 그리 만들어 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명확해지고 있다. 일상의 호흡과 만난 것은 태어나 가장 큰 행운이며, 가장 잘한 선택이다.
일상의 호흡을 안내해주고 계시는 안동연 안내자님과 웅각 안내자님, 일일이 호명할 수 없지만 도움을 주고 계시는 여러 메신저님과 봉사자님, 그리고 일상의 호흡과 인연이 되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과 호흡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가족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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